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필리핀을 방문하신 적이 있었죠. 당시 아세안 50주년 기념 갈라 만찬에 참석한 국가 정상들의 사진을 보면 상당수가 연한 베이지 컬러의 옷을 입었음을 볼 수 있는데요, 바로 ‘바롱 따갈로그(Barong Tagalog)’라는 이름의 필리핀 전통의상이랍니다.
한국에 한복이 있다면 필리핀에는 바롱이 있어요!
바롱은 스페인 식민지 시대부터 입기 시작한 필리핀의 전통 옷입니다. 필리핀 사람들이 격식을 갖추기 위해 착용하는 예장용 셔츠로 화려한 자수가 특징입니다. 우아하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만들기가 까다로워서 일반인이 입기는 조금 힘든 옷이었다고 하죠. 그러다가 미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라몬 막사이사이 전 대통령이 즐겨 입으면서 대중화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요즘도 필리핀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바롱을 입기란 쉽지 않습니다. 바롱은 파인애플(피냐)이나 아바카(마닐라삼), 혹은 주시(바나나 섬유)에서 채취한 인피 섬유로 제직한 직물을 사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직물을 제조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아서 소재 자체가 희귀한 데다가 제작과정이 대단히 복잡하고 정교하기 때문입니다. 전통 방식에 따라 만든 바롱은 가격도 상당히 고가입니다. 실크나 면, 폴리에스터 등을 섞어 만든 천이 나오면서 가격이 낮아졌지만, 그래도 필리핀 사람들은 여전히 피냐 직물로 만든 바롱을 최고로 여기는데요, 투명한 느낌이 들 정도로 얇고 가볍지만 내구성이 강하고 착용감이 좋기 때문입니다.
바롱 타갈로그(Barong Tagalog)
필리핀 민족의상 바롱 타갈로그는 결혼식이나 장례식 축제 등과 같은 특별한 자리에 입는 남성용 긴소매 정장 셔츠입니다. 머리부터 입는 형태의 남성용 풀오버 셔츠이지만 품을 약간 넉넉하게 만드는 데다가 속이 훤히 비칠 정도로 얇은 직물이 사용되어 매우 시원한 것이 특징입니다. 크지도 혹은 작지도 않도록 몸에 꼭 맞게 제작되는데요, 가슴 부분을 중심으로 화려한 수공예 자수 장식을 해서 멋스러움을 더합니다. 그런데 바롱을 입을 때 꼭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죠. 바로 흰색 티입니다. 바롱은 속이 훤히 비칠 정도로 얇은 직물로 만들기 때문에 속 안에 입을 흰색 셔츠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흰색 셔츠를 입고 허리 약간 아래 길이로 입는 것이 예의입니다. 하의로는 허리띠가 있는 정장 바지를 입게 되는데, 바롱 밑단을 바지 안으로 넣지 않고 밖으로 내놓고 입는 것이 예의입니다. 참, 필리핀에서 비즈니스 정장으로 양복 대신 바롱을 입으면 필리핀인에게 친밀감을 줄 수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요, 반드시 이를 악물고 준비해서 입지 않으셔도 됩니다. 참고로 쿨트라(Kultura)기념품샵에서 판매하는 기성품 바롱은 10만 원 미만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전통 방식으로 몸에 딱 맞게 맞춤 제작한 바롱은 수십만 원이 넘습니다.
바롯 사야(Baro't Saya)
바롱(Barong)이라고 하면 보통 남성용 바롱 타갈로그(Barong Tagalog)를 의미하지만, 여성이 입을 때도 있습니다. 남성용과 구별하기 위해 여성용 바롱은 바롯 사야(Baro't Saya)라고 부르는데요, 상의를 뜻하는 바로(Baro)라는 단어와 치마를 뜻하는 사야(Saya)라는 단어를 더해 만들어진 말입니다. 여성용은 치마가 길고 어깨선이 봉긋하게 올라가 있는 것이 특징이며, 화려한 손자수가 옷을 만든 사람의 솜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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